[AI 교육] 5. AI 튜터 : 서른 명에게 다른 답을 줄 수 있다면

작성자

카테고리:

『정의(定義)의 시대 — AI 이후의 학교』 연재 5화 — 서른 개의 “왜?”에 답하는 법

지난 화에서 절차의 사다리가 “좋은 튜터는 희소하다”는 제약 위에 세워진 합리적 설계였음을 보았다. 오늘은 그 제약이 풀린 뒤에 열리는 것을 본다.

“나중에 배워”에서 “지금 볼까”로

달이 왜 안 떨어지는지 물었던 아이를 다시 데려오자. 이제 이 아이 곁에는 어느 깊이의 “왜?”에도 답하는 상대가 있다.

아이가 “달은 왜 안 떨어져요?”라고 물으면, 공을 앞으로 던지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아이의 반응을 보아 가며 설명의 깊이를 조절한다. 아이가 “그럼 인공위성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라고 되물으면(놀랍도록 좋은 되물음이다) 거기서 더 내려간다. 지치지 않고, 진도에 쫓기지 않고, 다른 스물아홉 명을 기다리게 하지 않으면서.

블룸이 “모두에게 줄 수는 없다”고 했던 그 튜터가, 형태는 다를지언정 사실상 모두에게 주어졌다. 이것이 이 연재가 서 있는 역설이다. 숙제의 전제를 바꿔 놓은 바로 그 기술이, 지난 백 년간 불가능했던 교육 설계를 처음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

지도를 먼저 편다는 것

그 새로운 설계가 탑다운 학습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그려 보자.

미적분을 예로 들면, 사다리의 순서에서 아이는 사칙연산부터 십 년 가까이 올라간 끝에야 미적분을 만난다. 만나는 시점에는 “왜 이것이 존재하는가”를 물을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탑다운의 순서는 다르다. 먼저 지도를 편다. 미적분이란 움직이고 변하는 것을 다루기 위해 발명된 언어라는 것, 포탄의 궤적과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지도 위 어디쯤에 있으며 무엇과 이어져 있는지를 먼저 본다.

여기까지는 초등학생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이가 실제로 무언가를(게임 캐릭터의 점프 궤적이든, 유튜브 조회수의 증가 속도든) 다루고 싶어졌을 때, 그 필요를 따라 사다리의 해당 칸으로 내려가 절차를 익힌다.

차이는 배우는 내용이 아니라 순서와 동기다. 사다리의 칸들은 그대로 필요하다. 다만 “언젠가 쓸모 있을 테니 지금 올라가라”가 아니라, 필요가 먼저 보이고 절차가 따라온다.

지도를 들고 내려가며 빈칸을 채우는 여정 — 그것이 튜터를 가진 학습자들이 늘 해 오던 방식이고, 이제 처음으로 모두에게 열린 방식이다.

학교가 할 일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 그림에서 “그럼 학교는 필요 없겠네”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히려 반대다.

지도를 함께 펴 주는 일, 아이의 질문이 마를 때 좋은 질문을 넣어 주는 일, 서른 명의 서로 다른 여정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도록 엮는 일 — 이것은 진도 관리보다 훨씬 고급한 일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교사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의되는지는 연재의 마지막에서 다시 다룬다.

다만 이 장밋빛 그림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아이의 “왜?”에 답해 주는 그 상대는, 안타깝게도 가끔 아주 그럴듯하게 틀린다. 튜터가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의 첫 번째 필수 과목은, 그래서 튜터의 말을 확인하는 법이다.

다음 화 — 6화. 유창하게 틀리는 기계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